CREED GREATEST HITSCREED
짧지만 굵었던 음악 역사를 총괄하는 포스트 그런지 신의 최강자 크리드의 히트곡 모음집


Creed [Greatest Hits](2004)
크리드(Creed)는 ‘사도신경’을 뜻하는 그룹 명처럼 기독교적 색채가 짙은 음악을 통해 1990년대 후반 록 네트워크를 평정한 ‘믿음의 공동체’이다. 당시 하드코어에 함몰된 대부분의 록 밴드들이 부정적이고 일그러진 정서로 젊은 청춘들을 유혹하고 있을 때, 그들은 긍정적인 메시지와 영적인 가사를 강조하며 또 다른 마니아 집단을 형성, 포스트 그런지/얼터너티브(Post-Grunge/Alternative) 신의 자이언트 그룹으로 자신들을 우뚝 세웠다. 습한 음지보다는 따스한 양지를 지향하고, 비뚤어진 절망보다는 올곧은 희망을 노래하는 ‘빛의 사도들’로서 어두움이 팽배해있던 록 필드에 한줄기의 서광을 비춰주었던 것이다.
이는 그룹의 프런트 맨을 맡고 있는 스코트 스탭(Scott Stapp)의 성장기만 들여다봐도 잘 알 수 있다. 목사인 아버지 밑에서 기독교적인 수양을 쌓으며 자란 스코트 스탭은 아버지의 반대 속에서도 도어스(Doors),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유투(U2) 등의 록 음악을 들으며 유년기를 보냈다. 엄격한 기독교의 교리와 그에 반(反)하는 록 음악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는 신의 말씀을 그만의 방식으로 독해하기로 마음의 옷깃을 여민 뒤, 이 모두를 크리드라는 음악적 용광로 속에 올인하였다.
크리드의 음악은 따라서 기독교에 기반한 신실한 가사와 아메리칸 하드 록 특유의 무거운 기타 리프가 궁합을 맞추고 있는 형태를 들려준다. 여기에 더해지는 스코트 스탭의 슬프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보컬은 그룹이 지향하는 숭고한 테마에 온전한 형체를 부여하며 크리드를 록 신의 최정상으로 견인해주었다.
설명했듯, 컬렉티브 소울(Collective Soul), 매치박스 트웬티(Matchbox Twenty), 카운팅 크로우스(Counting Crows) 등의 밴드들과 같이 정통 아메리칸 하드 록을 음악적 뿌리로 두고 있는 크리드의 음악은 또한 도어스의 사이키델리아, 메탈리카(Metallica)의 스래시 메탈, 그리고 무엇보다 시애틀 그런지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처음엔 너무나 비슷해서 ‘아류다, 복제물이다’ 말들이 많았지만 일단 이 유사성으로 크리드는 비평가들이나 록 팬들의 이목을 잡아 끄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모방이라기보다는 그것들을 ‘보존하고 계승’하면서 자신들만의 음악적 조각상을 세워나갔다.
스코트 스탭의 목소리 역시 최초에는 펄 잼(Pearl Jam)의 에디 베더(Eddie Vedder), 사운드가든(Soundgarden)의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 등과 근친(近親) 혐의를 받았지만 현재에는 그만의 독자적 아우라를 인정 받으며 여러 후학들을 양산하고 있는 중이다. 아워 레이디 피스(Our Lady Peace), 디폴트(Default) 등의 후배 그룹들이 이를 대변해준다.
크리드가 결성된 해는 1995년. 그들은 최초 네이키드 토들러(Naked Toddler)라는 상호(商號) 아래 미국 플로리다 탈라하시에서 스코트 스탭(Scott Stapp, 보컬), 마크 트레몬티(Mark Tremonti, 기타/베이스), 브라이언 마샬(Brian Marshall, 베이스, 2000년 탈퇴), 스코트 필립스(Scott Phillips, 드럼)의 4인조 라인업으로 첫 출항 경적을 울렸다. 이후 브라이언 마샬의 제안으로 팀 이름을 크리드로 최종 결정한 그들은 대부분의 무명 밴드가 그렇듯, 끊임없는 클럽 공연을 통해 내실을 일궈나갔다.
1997년 저예산으로 설립한 [블루 칼라(Blue Collar) 레코드]를 통해 발표한 데뷔작 [My Own Prison]은 이후 있을 크리드 성공 신화의 기폭제였다. 같은 해 그들의 무한 가능성을 눈여겨본 [와인드-업(Wind-Up) 레코드]가 진두지휘를 맡으며 좀 더 라디오 친화적이고 헤비한 리믹스 버전을 완성, 결국에는 메이저 회사인 [소니(Sony)]와의 계약을 이끌어냈던 것이다. 전국적 배급망과 라디오 스테이션의 지원을 등에 업은 크리드는 2004년 해체되기 이전까지 발표한 세 장의 디스코그라피를 통해 무려 2,800만장의 지구촌 판매고를 달성하며 뉴 밀레니엄을 전후한 록 필드에 실로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이번에 내놓는 [Greatest Hits]는 따라서 넘버원 포스트 그런지 밴드로 명성의 깃발을 휘날렸던 크리드의 음악적 일대기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총 세 장의 앨범들 중 차트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히트 넘버들만을 빼곡이 수록해 ‘크리드 입문서’로서 더없이 훌륭한 컨텐츠를 자랑하는 것이 그 특징. 또한 시작부터 마지막까지가 정규 레코드 발표 순서대로 담겨 있어 그들의 음악적 변천사를 가늠해보기에도 매우 편리한 포맷을 지니고 있다.
지금은 비록 해단식을 갖고 사라졌지만, 이렇듯 거대했던 크리드의 음악적 유전자는 현재 마크 트레몬티, 브라이언 마샬, 스코트 필립스의 연주 파트에 스코트 스탭 대신 메이필드 포(Mayfield Four)의 전(前) 보컬리스트 마일스 케네디(Myles Kennedy)가 가세한 포스트 크리드(Post-Creed) 밴드 얼터 브리지(Alter Bridge)로 이어지며 그 혈통을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My Own Prison](1997)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크리드를 미국 메인스트림 록의 강자로 떠오르게 한 역사적인 데뷔작. 설명했듯, 본래 1997년 자신들이 설립한 [블루 칼라 레코드]를 통해 내놓았던 것을 인디 레이블인 [와인드-업 레코드]에서 다시 믹스해 내놓은 앨범이다. 발표 당시에는 일개의 인디 밴드였지만 라디오 전파를 타고 소리소문 없이 인지도를 쌓아 마침내는 메이저 레코드사의 레이더 망에 포착되고야 마는, 전형적인 계단 밟기식 성공 경로를 충실히 따른 작품이기도 하다. 에디 베더, 크리스 코넬 등과 너무 판박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지만 스코트 스탭의 보컬은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으며 정통 하드 록과 시애틀 그런지를 절묘하게 대물림한 크리드의 사운드적 기초 공사는 더없이 튼실한 수준이다. 이에 힘입어 음반은 빌보드 앨범 차트 22위까지 치솟았고 현재까지 미국 내에서만 600만장 이상의 세일즈를 달성하며 상업적 잭팟을 터뜨렸다. ‘Torn’(메인스트림 록 차트 3위), ‘My Own Prison’(2위), ‘What’s This Life For’(1위), ‘One’(2위) 등이 이번 베스트를 위해 간택되어 실린 보석들이다.

[Human Clay](1999)
소포모어 징크스를 여지 없이 깨부수며 비상의 나래를 펼쳤던 크리드의 두번째 앨범. 2년 여간 수없이 반복된 공연 퍼레이드에 자신감을 얻은 크리드는 풀 엔진을 가동하며 한층 과감한 속도로 히트의 주변부를 잠식해나갔다. 충일한 에너지로 꽉 찬 사운드와 노련미가 더해진 드라마틱한 곡 전개부터가 이를 잘 말해준다. 멜로디 라인은 한결 풍성해졌고 묵상에 잠긴 듯한 스코트 스탭의 중후한 보컬은 가히 능수능란의 경지를 과시한다. 이를 통해 그들은 당시의 하드코어 밴드들은 물론 일련의 포스트 그런지 군(群)과도 ‘다른 길을 걷는 뮤지션’임을 웅변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미국 내에서만 무려 1,100만장이 소비자의 손에 쥐어진 사실에서 알 수 있듯, 히트 싱글 또한 줄줄이 쏟아졌던 음반. 그룹만의 특장(特長)인 기독교적 색채 역시 음의 근저(根底)를 면면히 흐르며 이 때부터 급격한 세력 확장에 나섰던 ‘크리드 서포터스’의 자생(自生)에 일조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꿰찬 ‘With Arms Wide Open’을 비롯해 ‘Are You Ready’(메인스트림 록 차트 4위), ‘Higher’(1위), ‘What If’(3위) 등의 다이아몬드 트랙들이 이번 선곡집을 위해 선택되었다.

[Weathered](2001)
모 라디오 방송에서 ‘펄 잼의 에디 베더가 스코트 스탭처럼 곡을 잘 쓰면 좋을 텐데’라는 실수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던 베이시스트 브라이언 마샬이 합의 하에 팀을 떠난 뒤, 스코트 스탭, 마크 트레몬티, 스코트 필립스의 3인조 체제로 밴드를 재가동해 만든 크리드의 세 번째 앨범. 지난 2장의 앨범부터 쭉 함께 했던 프로듀서 존 쿠르츠베그(John Kurzweg)가 변함 없이 소리의 조율을 맡은 본 음반은 훨씬 파워풀해진 사운드와 실험적인 면모를 내비치며 매머드 석세스의 연쇄 축포를 터뜨렸다. 가슴이 확 트이는 록 미학과 함께 캐치한 멜로디 만들기에도 중력을 두는 음악적 기본노선 또한 전에 없이 빼어나다. 훌쩍 성장했다는 느낌이 완연했던 작품으로 현재까지 600만장 이상이 미국 내 창고에서 빠져나갔다.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 메인스트림 록 차트 1위에 방점을 찍은 첫 싱글 ‘My Sacrifice’를 비롯해 ‘One Last Breath’(5위), ‘Don`t Stop Dancing’(24위), ‘Bullets’(11위) ‘Weathered’(7위) 등이 이번 [Greatest Hits]를 위해 실려있는 골든 넘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