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전자음악과 알 수 없는 의미의 노랫말들이 주를 이루는 작금의 가요계에 또 하나의 개성 있는 색깔을 가지고 나타난 가수가 있다.

‘인디언'의 영혼과 리듬을 너무도 좋아해 ’디안'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싱어 송 라이터다.

‘시월애(시간을 뛰어넘은....)’이라는 부재를 달고 나온 그녀의 첫 번째 앨범이자 그녀 스스로 작사 작곡 프로듀싱 앨범 디자인까지 다양한 능력을 보여 주고 있다. 3인조 여성 밴드 ‘타묘' 출신의 그녀는 젬베, 카혼, 쉐이커 등 타악기를 다룸에 능한 만큼 다양한 리듬감이 장점인 가수다. 싱어 송 라이터가 다양한 리듬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만큼 본인의 상상력을 표현하는데 자유스럽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더불어 그런 자유스러운 상상력을 글로써 풀어 나가는 재주도 심상치 않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10곡 중(한곡은 보너스 트랙) 5곡의 작곡과 7곡의 노랫말을 그녀가 직접 만들었는데 하나같이 의미 있는 쓸쓸함과 추억, 사랑과 우정, 풍자, 심지어는 직설적인 호통까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삶의 색깔들을 고스란히 내보이는데 주저함이 없다. 

곡은 또 어떠한가.

90년대 후반 올드한 사운드를 표방하지만 촌스럽지는 않게, 그녀가 공연에서 추구하는 사운드와 분위기를 최대한 표현하려 노력한 게 이번 앨범의 컨셉이다. 우선, 본인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타이틀 곡 ‘바보 사랑' 은 가수의 목소리로 곡의 시작을 알리며 그 뒤를 따라오느 악기들의 질서정연한 조화가 돋보이는 곡이다. 그녀의 밝고 명랑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두 번째 곡 ’함께 있어 행복한' 에서는 그녀의 스타카토 창법이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고 시인 ‘이 호준'님의 글에 곡을 붙인 ’10월' 은 몽환적 창법과 노랫말이 어우러져 이 가을 고즈넉한 쓸쓸함을 선물해준다. 어릴 적 추억이 가득한 ‘골목' 얼마 전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여자분들 에게 영감을 얻어 세상을 풍자한 ’아줌마 왜 이러세요' 도 주목할 만한 곡이다.

특히나, 생전 처음 시도한 거칠고 강한 보컬의 ‘단순해져' 는 그녀가 얼마나 다양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름답고 따듯한 노랫말로 우정과 동화를 속삭이며 이야기를 끝맺는 그녀의 이번 앨범은 높은 볼륨들의 전쟁으로 피곤해진 우리의 귀를 맑고 따듯하고 깨끗하게 어루만져 줄 것이 확실하다. 이 가을, 또 다가오는 겨울에 우리에게 잔잔한 추억과 편안한 휴식을 안겨줄 그녀의 앨범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