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트뢰 재즈 페스티발이 배출한 핀란드 재즈의 거장 하이키 사르만토의 Anthology앨범이 12월 국내 발매된다.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북구 재즈 거장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보석 같은 이 앨범은 전설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헬렌 메릴이 함께 해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핀란드는 확실히 우리에게는 낯선 나라이다. 핀란드에 대해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고작 백야, 산타클로스, 핸드폰 노키아, 그리고 자이리톨 껌 정도일 테니까.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은 지 30년이 채 안된 나라가 아닌가. 하지만, 음악에 있어서 만큼은 결코 낯설기만 한 나라는 아닐 것이다. 우선, 핀란드 국민음악의 창시자 시벨리우스가 있다. 또한 북유럽 재즈의 본고장이 바로 핀란드라는 사실을 아는지. 사실 핀란드 재즈는 알게 모르게 우리 곁에 많이 다가와 있다. 2년전 국내에 소개되었던 낙소스 재즈 레이블에서 핀란드 뮤지션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멀티 리드 플레이어이자 작곡가, 밴드 리더인 페카 필카넨, 신예 재즈 피아니스트로 떠오르고 있는 레니 칼레 태팔, 그리고 UMO 재즈 오케스트라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올해 초 트리오 토이키트가 한국을 찾아 북구 재즈의 진수를 보여 주기도 했다. 이러한 핀란드 음악계에서 하이키 사르만토는 작곡가이자 편곡자, 피아니스트, 그리고 자신이 이끄는 앙상블의 지휘자로서 핀란드 재즈계 뿐만 아니라, 음악계에서 거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음반은 사르만토의 작품들 중 특히,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곡만을 골라 만든 사르만토의 Anthology음반이다. 이 앨범의 타이틀과 동명 타이틀인 ‘달빛과 함께 춤을’을 비롯 ‘카루셀’, ‘소프트’, ‘메시지’ 등의 4곡은 1997년 발표한 \\"카루셀 (회전 목마)\\"에서 발췌한 곡들이다. 이 곡들을 노래한 전설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헬렌 메릴과 사르만토의 인연은 세월을 거슬러 1988년 카네기 홀에서 시작된다. 사르만토가 작곡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적 재즈 시곡 \\'수오미\\'의 세계 초연에서 작곡자와 관객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이듬해 사르만토를 다시 만난 자리에서 헬렌 메릴은 사르만토의 곡들을 담은 음반을 녹음할 것을 자청하고 나선다. 그러나 핀란드 역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라는 걸림돌 탓에 작업은 지체되었고, 무려 7년이라는 산고의 세월끝에 탄생한 앨범이 바로 ‘카루셀’이다. 40대 후반에 찰리 파커, 마일즈 데이비스, 버드 파웰, 제이.제이.존슨 등과 함께 활동하면서 재즈 보컬리스트로서의 명성을 쌓아온 헬렌 메릴은 이 앨범에서 또한 이지적이고 깊이 있는 음성을 여지 없이 발휘하는데, 헬렌 메릴이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이키 사르만토의 음악적 실력이 확인 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바람은 불고’ 와 ‘곡식은 자라고’ - 이 두 곡은 앞서 언급된 사르만토와 헬렌 메릴과의 인연을 을 맺게해준 사르만토의 교향적 재즈 시곡 <수오미>에 담긴 곡들이다. 수오미는 1980년대 초반의 사르만토 음악이 어떻게 발전했는 가를 보여주는 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르만토는 이 앨범에서 이 작품은 자연과 창조중에 대한 회귀를 그린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즈의 명랑한 멜로디에 현악기들이 어떻게 기술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귀기울여 들어본다면 사르만토가 왜 이 작품의 부제를 ‘교향적 재즈 시곡’이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핀란드의 베테랑 색소포니스트 쥬하니 알토넨의 연주를 만날 수 있는 것도 큰 기쁨이다. ‘맥스와 마녀, ‘풍선의 바다’는 1991년도 작품 <맥스 이야기>에 삽입된 곡들로, 두곡 모두 슬프고 거칠지만 매혹적인 멜로디가 일품이다. 사르만토의 전자 피아노 즉흥연주가 돋보이는 이 곡들의 후반부는 페카 사르만토의 훌륭한 더블 베이스로 마무리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