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의 이적과 전람회의 김동률이 프로젝트 형식으로 만든 앨범. 앨범 자체로 평가받기보다는 그저 두 인기 그룹의 멤버들이 만난 가요 발라드 음반으로만 치부되었는데 효과적인 현악 세션과 세련되고 풍부한 편곡은 본격 한국판 챔버 팝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몇년전 이문세씨가 진행하고 있던 <별밤 잼 콘서트>에서 였어요. 적이가 \\'75년생이고 내가 \\'74년생, 나이도 비슷한 또래고 해서 말을 놓고 지내기로 한 사이였는데, 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여러가지 의기투합이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여러모로 음악을 같이 해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전람회는 해체된 상태였고, 패닉은 쉬고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더욱 기회가 좋았어요. 그러자 이적이 말을 가로채며 이러면 말이 너무 길어질 것 같다 며 빨리 음악을 틀자고 재촉했다. 첫번째로 튼 음악은 앨범의 인트로로 수록된 Carnival이라는 제목의 노래. 50인조 오케스트라(서울 아트 오케스트라)를 동원했다는 이 곡은 장엄한 분위기의 클래식에 기타리스트 김세황의 기타 연주가 첨가된 매우 독특한 형태의 음악이다. 행진곡 내지 서사곡 같은 느낌이 강한 노래이다. 두번째로 들려준 노래는 롤러 코스터 라는 제목으로 펑키(Funky)한 편곡이 돋보였다. 브라스 사운드와 스트링이 교차하는 꽉찬 사운드 위에 두 사람의 개성 만점의 보컬이 멋지게 어우러지는 곡이다. 브라스를 연주한 사람들은 박진영의 그녀는 예뻤다 를 녹음했던 제리 헤이 혼스(Jerry Hey Horns). 다음은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그땐 그랬지 . 대표곡이라서 그런지 설명이 좀 긴 편이었다. 이는 일종의 재즈 블루스 곡으로 뉴올리언스 스타일의 재지한 느낌을 주기 위해 미국 현지에 직접 가서 녹음을 해왔다. 김동률에 따르면 10대 위주의 기존 가요와 확실한 차별을 꾀한 음악이라고 한다. 내용도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돌아 보는 20대 정서를 담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김동률의 보컬이 매력적으로 들려 온다. 10대 위주의 가요와 확실한 차별화 네번째곡 벗 과 다섯번째 트랙 비누 인형 . 두 곡을 연이어 감상한 뒤 김동률과 이적은 번갈아 설명을 붙였다. 벗 은 어쿠스틱 기타가 중심이 되는 발라드이며 영원한 우정을 가사에 담고 있다. 비누인형 은 어느 외로운 소년이 비누를 깎아 친구로 지내다가 어느 비오는 날 창문밖에 내놓았던 인형이 모두 비누방울이 되어 하늘로 날아가버렸다는 구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아코디언과 피아노, 몇몇 현악기가 이러한 동화적인 내용의 노래를 매우 잘 살려 주고 있다. 그 다음에도 축배 와 넝쿨 두 곡이 연이어 틀어졌다. 동률은 댄스하면 미디사운드만을 생각하는데, 컴퓨터 이전에 더욱 인간적인 댄스 음악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곡 이라고 설명한다. 삼바와 디스코를 섞어놓은 듯한 리듬의 이 곡은 퍼커션과 브라스, 현악기 등이 동원되고 있다. 넝쿨 에는 아침에 사랑을 나눈 후 눈뜬 여인을 표현한 것으로 조금 야한 내용이라고. 재즈풍의 노래로 재즈 트리오의 절제된 연주와 보컬이 돋보인다. 그 다음에 소개된 곡은 농담 과 \\'그녀를 잡아요\\'. 전형적인 팝 발라드곡인 \\'농담\\'은 현악기의 상승무드와 열창하는 보컬이 특징을 이룬다. \\'그녀를 잡아요\\'는 전람회의 멤버였던 서동욱과 패닉의 김진표가 객원으로 참여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곡. 유머러스한 가사에 뉴올리언스풍의 음악이 고급스럽게 어우러지고 있다. 네 명의 목소리가 하나되어 \\'그녀를 잡자\\'고 외치는 것이 우습기까지 하다. 마지막 곡은 \\'거위의 꿈\\'. 앨범의 마지막 트랙으로 거위도 높이 날 수 있다는 것에 비유해, 꿈을 꺾지 않는 소년의 다짐을 진한 발라드로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