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덜트 컨템포러리 재즈계의 대부로, 수많은 청중들을 주술과 매혹의 세계에 빠져들게 하던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는 팝과 펑크(Funk)를 넘나들며 대중적인 인기와 음악적인 완성도를 동시에 성취해낸 재즈 색소포니스트이다. \\'팝 재즈의 연금술사\\', \\'퓨전 재즈의 백전 노장\\'이라 불리는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는 1943년 12월 12일, 뉴욕 주 버팔로에서 색소포니스트였던 아버지와 교회 성가대의 일원이었던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타고난 음악적 재능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음악적인 환경-그의 형인 마이클도 재즈 드러머가 되었다-에서 자라난 그는 10세 때 아버지로부터 색소폰을 선물받아 본격적인 음악수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내던 그로버는 16세의 나이에 집을 떠나 오하이오의 재즈 그룹 포 클렙스(Four Clefs)에 가입함으로써 프로 뮤지션의 길에 들어섰다. 1967년, 군생활을 마치고 제대한 그로버는 결혼과 함께 필라델피아에 정착, 수많은 세션을 통해 실력을 쌓아가다가 일생 일대의 기회를 맞게 된다. 올겐 주자 찰스 얼랜드의 앨범에 참여했다가 재즈 제작자의 거장 크리드 테일러의 눈에 띈 것. 크리드의 쿠두 레이블을 통해 [Inner City Blues]로 데뷔한 그로버는 [Mr. Magic](1975)을 시작으로 일곱 장의 앨범을 재즈 차트 정상에 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로버의 음악은 \\'펑키\\'와 \\'그루브\\'라는 두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 시기부터 그의 연주는 그루브한 마력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의 출세작이기도 한 [Mr. Magic]은 펑키한 스타일의 진수를 보여주는 앨범으로 그의 별명(미스터 매직, Mr. Magic)이 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자신의 앨범들 말고도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의 [One Of A Kind], 밥 제임스(Bob James)의 [Heads], 랜디 웬스턴의 [Blue Moses] 등에도 참여하여 연주자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에게 있어서 가장 빛나는 시기는 앨범 [Winelight](1980)을 내놓았던 때이다. \\'Elektra\\' 레이블로 옮긴 후 발표한 첫 작품인 이 앨범에서 그로버는 스무드-재즈 연주의 진수를 선보였다.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라는 아티스트의 이름에 항상 붙어 다니는 \\'Just The Two Of Us\\'라는 메가 히트곡에서 \\'그로버 스타일\\'이라 불릴만한 그만의 관능적이고 뜨거운 연주로 그 어떤 색소폰 연주자도 이루지 못할 그루브의 극한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Winelight]는 20년이 지난 지금에 들어도 여전히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으며 평론가들로부터 반드시 들어야할 앨범으로 손꼽히는 퓨전 재즈의 명반 중의 명반이기도 하다. 이 앨범을 통해 그래미 베스트 재즈 퍼포먼스를 거머쥔 그로버는 이후 숨쉴 틈 없이 연이어지는 연주 일정과 비비 킹(B.B. King)의 앨범 제작, 템플 대학에서의 작곡 학위 취득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앨범에 있어서는 그 이전의 영예를 누리지 못하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 1987년 CBS로 이적하면서 심기일전한 그로버는 인기 TV 시리즈 [블루문 특급] 사운드트랙에 참여하거나 일본 투어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92년에는 [Next Exit] 앨범을 통해 쿨 시대의 거장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의 전통적인 고전 \\'Take Five\\'를 퓨전의 입장에서 재해석하여 호평을 얻었고, 94년 [All My Tomorrow]에서는 정통적인 재즈로 접근, 재즈 아티스트로서의 능력을 과시하며 \\'역시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라는 격찬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