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세비츠키와 가우크에서 발원한 20세기 러시아 지휘의 바통은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을 매개체로 골로바노프에게 곧바로 이어지고 있다. 1953년 그가 타계할 때까지 현의 육중한 울림과 공격적인 금관의 사운드가 최상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던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은 쇼스타코비치에 의해 ‘가장 완벽한 소리를 들려주는 악단과 지휘자'라고 소개되곤 했을 정도이다. BMG를 통해 발매되었던 기존 음반이 있기는 하지만, 바그너 일색의 모노 녹음들이라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이번에 소개되는 리스트, 글라주노프 등의 작품들은 골로바노프의 말년 녹음들로 쇼스타코비치가 보증하고 있는 골로바노프에 대한 그 동안의 갈증을 말끔히 해갈시켜 주기에 충분한 걸작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