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에 민감한 대중음악계에서 ‘한결같다’는 것이 최고선(最高善)이 될 수는 없다. 물론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도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며 꾸준히 활동하는 뮤지션(혹은 밴드)을 찾기란 그리 어렵진 않지만 그들마저도 한 가지 음악 스타일을 고수하며 생존해 나간다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과연 라이브의 변신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라이브=포스트 그런지 밴드’란 등식을 철저히 믿어온 이들이라면 3년만의 신작인 7집 [Songs From The Blackmountain]에서 느닷없이 ‘모던 록’의 외양을 지니고 나타난 그들에게서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과거 이들의 빅 히트작인 2집 [Throwing Copper](1994)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앨범에서 엿볼 수 있었던 이들의 주무기, 감미로운 멜로디 라인은 여전히 살아있고 밴드의 색깔을 좌우했던 에드 코왈칙의 능숙한 보컬과 시적인 영감이 묻어나는 노랫말 역시 그대로지만 묵직한 맛이 사라진 이들의 사운드는 어딘가 비어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포스트 그런지 밴드로서의 라이브에 열광했던 이들이 실망할 수도 있는 반면, 그 외의 이들이 이번 앨범 자체에 실망할 이유는 별반 없어 보인다. 앨범의 문을 여는 첫 싱글 ‘The River’와 ‘Get Ready’ 등은 깨끗한 어쿠스틱 감각에 이들의 장기인 대중성 짙은 멜로디 라인을 가미해 귀에 쏙 들어온다.